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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송사업자, 보이지 않는 경쟁자를 보라

등록일 : 2018.06.10 조회수 : 1,029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튜브를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1인 미디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고 요리를 하고 화장을 하는 콘텐츠를 보며 열광하고 있는데 유명 크리에이터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거의 팬덤 수준이다. 크리에이터가 제품 후원 등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1인 크리에이터들은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불리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기획사인 MCN 기업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기존 매스미디어의 자리를 1인 미디어가 상당히 잠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오프라인 책 판매 시장에서 반스앤노블을 밀어낸 경쟁자는 동종의 서점이 아니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아마존이었다. 미국에서 DVD 대여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경쟁자도 동종의 업체가 아닌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배달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넷플릭스였다. 만약 반스앤노블이나 블록버스터가 시야에 보이던 경쟁자들만을 의식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 신경을 썼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잠재적인 경쟁자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경쟁의 차원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 즉 경쟁을 수요 차원에서 정의하면 나의 경쟁자는 수요를 놓고 경쟁하는 눈에 보이는 경쟁자들로 한정된다. 그러나 경쟁을 고객의 욕구 차원에서 정의한다면 경쟁자는 그 범위가 확대되며 전형적인 시장경계 밖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시야에 없던 다크호스가 갑자기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광고와 콘텐츠 대가를 주 수익모델로 하는 전통적인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일단 경쟁자는 종편 그리고 일반 PP를 포함하는 모든 방송콘텐츠사업자가 된다. 그러나 방송콘텐츠사업자의 업이 결국 고객의 재미 욕구나 시간 때우기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러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경쟁하는 경쟁자들은 동종 사업자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 쇼핑, 여행 또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경쟁자이기만 동시에 동반자이기도 하다. 사실 양 교의 진정한 경쟁자는 따로 있다. 양 교는 국내에서 입시, 교수 및 재원 확보 등에서 경쟁을 한다. 그러나 넓게 보면 글로벌 대학평가가 시행되고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과 교육과 연구 측면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양 교의 경쟁자는 외국의 대학들이라고 할 수 있다. K리그에서 축구팬들은 FC서울과 수원삼성의 라이벌 매치를 슈퍼매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FC서울이나 수원삼성이 상대방을 그리고 기타 K리그 팀들을 이기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인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관심과 시간 그리고 돈이 K리그팀이 아닌 해외 클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를 논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시장에서 시청자의 관심과 지불의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면 먼저 누가 나의 경쟁자인가를 다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경쟁자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에 따라 사업전략이 달라지며 결과적으로 사업의 성패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제 방송콘텐츠사업자는 눈에 보이는 동종의 경쟁자만을 견제할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던 1인 미디어 등도 경쟁자의 범위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글/고려대 미디어학부 김성철 교수

본 고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MCNA 공식 칼럼으로 인정하여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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