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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미나후기] 현장 스케치

등록일 : 2017.10.17 조회수 :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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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2.0 콘텐츠 유통 전략 포럼 “디지털 오리지널, [모바일]을 넘어라!”

 

늦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던 2017년 8월의 마지막 날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국내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시아 최대 방송영상 콘텐츠 마켓인 BCWW 2017(Broadcasting World Wide 2017)의 세미나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뉴미디어 세미나’ 때문이었다. ‘뉴미디어 세미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KOCCA)과 엠씨엔협회(MCNA)가 공동 기획, 주관하여 진행하는 세미나로,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만석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면서 BCWW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방송영상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이 본래의 취지인 BCWW가 디지털(온라인) 영상 콘텐츠 분야로 범위를 넓히고 2년 연속 많은 참석자들이 모인 것은, 미디어 업계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짐작케 한다. 방송과 디지털,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미디어 경계의 구분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제 콘텐츠의 성패는 플랫폼 전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채널과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콘텐츠와 플랫폼 간 최고의 조합, 한마디로 콘텐츠와 플랫폼의 ‘매칭’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콘진원과 엠씨엔협회는 이번 포럼을 오리지널 콘텐츠(자체 제작 콘텐츠)의 유통, 즉 플랫폼 확대를 위한 전략을 공유하고, CP(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방송과 디지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풀어놓는 공론의 장으로 기획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포럼 현장에서는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현실의 수많은 경우의 수에 적용 가능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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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A-KOCCA <뉴미디어 세미나> 현장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크리에이터 영상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로, MCN 비즈니스의 변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근 MCN(Multi Channel Network) 시장은 2.0 비즈니스인 ‘콘텐츠’ 시장(Multi Contents Network)으로 진화하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 관리에 집중하던 초기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MCN 2.0 비즈니스 전략에 있어서는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북미의 경우, 2010년 이후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의 인수합병으로 본격 성장한 MCN 시장의 특성상, 자본력, 광고효과, 오랜 기간 형성된 제작 노하우와 생태계 구조 등으로 인해 MCN이 별도의 독립 시장으로 존재하긴 어려웠다. 더구나 디즈니, 폭스, 드림웍스 등 MCN을 인수한 레거시 미디어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강력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던 전통의 콘텐츠 강자들이다.

 

때문에 북미 시장에서 MCN은 인수합병되는 시점부터 기존 대형 콘텐츠 사업자들의 포트폴리오의 일부이자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의의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2016년 후반부터 북미에서는 MCN이라는 용어는 거의 쓰이지 않고, ‘콘텐츠 비즈니스’ 또는 ‘IP 비즈니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포럼의 첫 발제와 토론 진행을 맡은 SK경제경영연구소 조영신 박사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재편되고 있는 미국 MCN 시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북미 시장에서 이제 MCN은 의미를 상실했고 더 이상 독립적인 시장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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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경제경영연구소 조영신 박사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Awesomeness TV는 가장 처음에 인수합병 된 MCN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이사인 Paul Kelly는 스스로를 TV 콘텐츠의 IP를 디지털로 유통하는 사업자로 규정했습니다(What Comcast or Verizon saw in us wasn’t an MCN, but more of an IP-delivered television network). 월트 디즈니가 인수했던 또 다른 MCN 기업인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가 월트 디즈니사의 디지털 콘텐츠 부서로 재편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북미 시장에서 이제 MCN은 그 의미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북미의 상황만으로 본다면, 디지털 동영상 시장의 전망은 암울하다. 실제로 글로벌 조사기관인 피보탈 리서치(Pivotal Research)에 따르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디지털 동영상 광고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등장하면서, TV쪽으로 광고주들이 다시 몰려 2017년 TV 광고시장이 오히려 3~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영신 박사는 이를 디지털 미디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 이를 계기로 보다 합리적인 가격 세팅이 이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6초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광고도 콘텐츠처럼 스낵형이 된 거죠. 구글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6초 광고를 본 사람은 일반 광고를 본 사람보다 90% 더 많이 브랜드를 인지했고, 60% 더 많이 해당 브랜드를 찾았다고 합니다. 스킵 걱정 없이 6초 안에 메시지를 담는 새로운 포맷의 광고가 등장하면, 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다시 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6초 광고를 만든 사업자가 레거시 미디어인 Fox TV라는 것입니다.”

 

 

–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리해보면, 기존의 대형 사업자들이 MCN을 흡수하면서 확보한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대한 노하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6초 광고, 오리지널 콘텐츠 등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차세대 미디어 시장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조영신 박사는 2017년 하반기부터는 6초 광고가 시장에서 매력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따라 레거시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디어 시장에서 크리에이터가 다시 각광받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시장은 레거시와 미디어 사업자들이 각자도생하는 형국이라, 북미시장에 비해 큰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국내 시장 역시 2016년 하반기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민하는 MCN 2.0 비즈니스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인 1.0 비즈니스보다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리스크 대비가 어려운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사업에 비해, 콘텐츠 제작 사업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여 다양한 부가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포럼의 패널이었던 조윤하 대표는 2부 토론 시간에, 1.0 비즈니스에서 2.0 비즈니스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MCN 1.0 모델인 크리에이터 관리 및 육성은 회사 차원에서 케어(care) 가능한 크리에이터 수가 한정된다는 점에서 애초에 확장성과 안전성이 낮은 비즈니스입니다. 반면, 오리지널 콘텐츠는 회사가 직접 기획,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고, 실패한다 해도 부담이 적어서 ‘사업 지속성(Sustainability)’이 높아집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통하는 일종의 ‘공식’을 찾기도 쉬워지지요. 그런 공식들을 바탕으로 또 다른 채널과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확장성(Scalability)’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IP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니까요.”

 

 

–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이 수익성이 낮은 불안정한 시장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MCN 1.0 비즈니스에만 주력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 곡선을 타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2017년 6월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넷플릭스의 ‘옥자’ 사건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및 유통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더욱 깊어졌다.

 

엠씨엔협회의 이성학 협회장 또한 축사를 통해 최근 미디어 시장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를 전했다.

 

“MCN 2.0 비즈니스인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TV와 모바일 사업자가 서로 협력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플랫폼을 다변화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가 국가의 차세대 미디어 산업을 이끄는 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이성학, 엠씨엔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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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엠씨엔협회 이성학 협회장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실제로 방송과 디지털 사업자가 평행노선을 달리고 있던 2016년에 비해, 2017년 들어서는 방송과 디지털 사업자들이 협업하는 미디어 믹스(Media Mix)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방송군에서도 지상파와 종편, PP, SO의 전략이 다르고, 디지털군에서도 MCN과 웹콘텐츠 제작사의 입장이 다르다. 통일된 용어나 증명된 비즈니스 모델이 없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는, 같은 영역으로 묶인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방식으로 미디어믹스를 진행하기란 어렵다. 방송과 디지털 할 것 없이, 밀레니얼 계층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국내 미디어 시장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최상의 조합을 찾는 매칭게임에서 각자가 믿는 최선의 선택에 베팅하는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디어 고수들이 각자의 필살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영신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같은 이유, 다른 선택, 엇갈린 길”이라고 표현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현재의 시장구조, 특히 일부 대형 사업자와 유명 크리에이터들에게만 광고가 몰리는 상황에서, 국내 MCN 사업자들은 이제 더 이상 MCN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뷰티 전문 MCN인 레페리(Leferi)는 자신을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로, 캐리소프트(Carriesoft)는 ‘캐릭터 사업가’로, 와이낫 미디어(Whynot Media)는 ‘IP 기반의 콘텐츠 사업가’로, 네오터치포인트(Neotouch Point)는 ‘광고사업자’로 스스로를 규정합니다.”

 

 

–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물론 여전히 MCN을 말하는 사업자도 있다. 포럼에 패널로 참여했던 조윤하 대표의 비디오 빌리지(Video Village)나 황상준 팀장이 이끄는 CJ E&M의 다이아TV(DIA TV)는 여전히 스스로를 MCN 사업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 회사도 주력 비즈니스 모델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이동 중인 것은 같다.

 

시청부터 소비까지, 밀레니얼 세대의 도약

 

현재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세대는 ‘밀레니얼스’(millennials, 1030세대)이다. 이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일 뿐 아니라, 콘텐츠를 직접 창작하여 수익까지 창출하는, 콘텐츠 시장을 이끄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체다. 두 번째 발제자였던 미디어자몽의 김건우 대표는 최근 미디어 시장의 3가지 키워드로 ‘오리지널 콘텐츠’, ‘유료화’, ‘라이브’를 꼽으면서, 이를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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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자몽 김건우 대표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북미에서는 지난 1년간 라이브형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콘텐츠를 가장 빠르게 소비하고 싶은 밀레니얼스의 욕구가 투영된 결과로, 특히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10대들이 핵심입니다. 라이블리(live.ly) 포켓라이브(pocket live) 등 북미의 주요 라이브 플랫폼은 콘텐츠는 물론이고, UX, UI 등 모든 부분에서 10대들이 계속해서 돈을 쓸 수 있도록 굉장히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의 서비스는 적극적으로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게임과도 비슷합니다.”

 

 

–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

 

조영신 박사와 김건우 대표의 발표를 합쳐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시장의 오리지널 콘텐츠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녹화 편집형(VOD)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레거시 미디어가 주요 MCN 사업자를 흡수하면서, 대자본을 가진 거인들이 합종연횡 전략을 펼치며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2017년 8월 초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결별한데 이어, 9월에는 마블도 같은 선택을 했다. 콘텐츠 파워를 가진 레거시 사업자들이라면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으로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반면, 라이브형(LIVE)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MCN이나 레거시 같은 중간 매개자가 없이, 크리에이터가 최종 시청자인 밀레니얼스들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게다가 6초 광고 같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분량의 기준도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편집형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은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고도화가 진행되고, 라이브형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은 기존의 크리에이터 수요를 끌어들이며 레거시에 대응하는 구조로 갈 수 있다. MCN 본연의 출발이었던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라이브 시장이 본격화되면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은 기존 MCN과는 또 다른 (라이브 시장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라이브’ 영역이야 말로 1인 크리에이터 또는 작은 규모의 창작자가 레거시와 유일하게 겨뤄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

 

유통, 판권, IP, 브랜디드콘텐츠, OSMU,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비즈니스는 확장 및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다. 장르 또한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시리즈, 영화,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이러한 장르들은 녹화형과 라이브형에 따라 특화되어 발전할 것이다.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방송 사업자의 깊어지는 고민

 

국내외 미디어 시장 현황에 대한 1부 발제 이후, 포럼의 메인인 2부 토론회가 이어졌다. 토론의 사회는 조영신 박사가 맡았고, 토론자로는 1부 발제자였던 김건우 대표를 비롯하여,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의 강주연 편성국장, 와이낫미디어의 김현기 이사, SBS 모비딕의 박재용 부장, 비디오빌리지의 조윤하 대표, 다이아 TV의 황상준 팀장이 참여했다.

 

포럼은 제목대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통 전략’을 모색하는 큰 주제를 놓고, 방송 편성, 유료화, 제작비, 광고전략, 포맷, 타깃, 채널운영 등 다양한 부분을 심도있게 고민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토론의 포문은 방송사업자들이 열었다.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라는, 속된 말로 ‘뒷배’를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방송사업자들은 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방송채널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답게, 이들은 주로 콘텐츠의 ‘유통’ 측면에 집중하여 토론을 이어갔다.

 

“국내 시장은 규모는 작은데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곳이죠.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인 ‘애니맥스’는 4~13세 어린이들을 핵심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경쟁 채널들이 국내에 무려 13개나 됩니다. 채널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점점 더 절실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노는 방식은 분명히 달라졌는데, 레거시 미디어에서 방송하는 키즈 콘텐츠들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존의 레거시 판권시장이 아닌 디지털 시장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2016년 5월 <도티 X 잠뜰 ‘외계인학교‘>를 편성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 강주연,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편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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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강주연 편성국장
(사진제공: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SBS가 모비딕을 런칭하던 2016년 여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은 주로 개인 크리에이터들이었습니다. SBS로서는 그들의 감성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1인 콘텐츠만이 디지털 시장의 강자일까요? 아뇨. 크리에이터들이라고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특히 웹예능의 경우, 시청자 니즈는 많은데 다양성이 부족했어요. 이 부분을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의 노하우와 TV라는 매체 신뢰도를 활용하여 파고들자고 생각했습니다.”

 

 

– 박재용 CP, SBS 모비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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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비딕’ 박재용 부장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결국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빈 틈’을 발견하여 선점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한 셈이다. 24시간 꽉 차있는 편성 프로그램들 중에 비어있는 틈을 애니맥스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찾았고, SBS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비어있는 콘텐츠 포맷을 TV제작의 노하우를 접목해서 선보인 다음, 일부를 다시 TV에 편성했다. 결과는 두 회사 모두 성공적이었다.

 

애니맥스는 <외계인학교>를 편성해서 모든 TV 플랫폼(케이블, 위성, IPTV)에서 경쟁 채널대비 동시간대 가구 시청률 1위, 핵심타깃 대상 동시간대 2위(1위와 0.001차이로)의 결과를 얻으며 2016년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덕분에 해당 콘텐츠는 그 해 6월에 정규 편성되어 2017년 9월 현재에 이르렀고, 이후 애니맥스의 사례를 본 경쟁채널들도 MCN 콘텐츠의 발굴 편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SBS 모비딕 또한 <숏터뷰> 같은 히트 콘텐츠를 선보이며 런칭 3개월 만에 누적조회수 3천만뷰를 돌파했고, 2016년 추석 연휴에는 <숏터뷰>, <경리단길 홍사장> 등 일부 콘텐츠가 TV 편성되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입증했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발굴 제작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해당 콘텐츠의 가치도 급상승했다.

 

“TV편성 이후, 2016년 7월 도티의 유튜브 구독자수가 100만을 돌파했고, 2017년 8월에는 180만으로 늘었습니다. 잠뜰 또한 2017년에 100만 구독자를 넘었지요. 도티 캐릭터 상품인 ‘도도한 친구들’ 시리즈 판매율 또한 급등했다고 들었습니다.”

 

 

– 강주연,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편성국장

 

박재용 CP 또한 TV 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랫폼으로서의 TV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대중적 인지도 확산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TV편성이 필요해요. 2016년 MIP TV 행사에 가서 보니, 유럽은 모바일 콘텐츠의 TV 편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TV 편성은 콘텐츠 인지도나 마케팅 측면에서는 확실히 효과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점차 이런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 박재용 CP, SBS 모비딕 부장

 

TV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었지만, 이는 ‘콘텐츠’의 측면에서일 뿐이다. ‘플랫폼’의 측면에서 보자면, 여전히 TV는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가장 강력한 매체고,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CP들이 유통을 희망하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이기도 하다. 앞서 1부에서 조영신 박사가 말한 것처럼,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작까지 모두 주도하는 북미시장처럼은 아니더라도, ‘유통’ 측면에서는 국내에서도 레거시 미디어와의 협업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방식이 애니맥스처럼 콘텐츠를 편성하는 플랫폼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일 수도 있고, SBS처럼 TV에서 디지털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이아 TV의 경우, 모비딕과 달리 디지털에서 TV로 역주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다이아TV도 앞의 두 회사와 같이, 수익 창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TV편성이라고 판단했다.

 

“인터넷 ‘동네’에서 아무리 핫해도, 인터넷 ‘바깥의’ 동네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우리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 동안 다이아TV는 보도자료나 다이아페스티벌 같은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보다 대중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TV채널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실제로 채널 개국 후, 케이블사업자(SO), IPTV 사업자 등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과의 대화가 훨씬 수월해졌고, 현재 콘텐츠의 유통 매출 규모도 제법 괜찮게 나오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콘텐츠의 유통, 즉 플랫폼 확장은 효과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구조로 본다면, 확실히 TV 사업이 유리한 부분이 있어요.”

 

 

– 황상준, 다이아TV 편성사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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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TV 황상준 편성사업팀장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TV에 편성될 수 있을까? 분 단위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 TV에 편성되는 콘텐츠는 극소수다. 이에 대해 레거시 미디어 3사의 담당자들은 ‘방송’이라는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TV 채널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지만, 지상파가 하는 사업이라고 예산이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콘텐츠 성격에 따라 모바일과 TV의 반응이 다른데, 우리도 그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예산 계획을 신중히 해야 하는 압박을 받아요. 그래서 디지털 시장에 빠르게 적응한 스타트업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려고 하고 있고, 방송 심의규정을 준수하면서 재미도 있는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여 편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재미의 콘텐츠가 중요해요.”

 

 

– 박재용 CP, SBS 모비딕 부장

 

“어린이 콘텐츠는 광고규제 기준이 매우 엄격합니다. 완구나 제품이 등장하는 콘텐츠, 광고와 콘텐츠의 구분이 애매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TV에서 방송이 불가하죠. 채널구독을 장려하는 멘트나 자막은 TV 방영시 편집되고요. 따라서 이왕이면, 편집이 가능한 클린 버전이 있으면 좋습니다.”

 

 

– 강주연,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편성국장

 

“소속 크리에이터들에게 영상 원본을 요청하면, 유튜브에서 보라고 할 때가 많더라고요. TV로 방송되는 걸 고려해서, 높은 해상도와 원본 파일을 잘 보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원본 파일이 없을 경우, TV로 나갈 때 해당 부분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영상이 지저분하게 보이기 때문에, 채널사업자 입장에서 선호하지 않게 됩니다.”

 

 

– 황상준, 다이아TV 편성사업팀 팀장

 

제작비 확보와 수익화 방안, 스타트업의 다양한 실험

 

방송 사업자들이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의 강자라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와이낫미디어, 비디오빌리지, 미디어자몽은 모두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디지털 리딩 기업들이지만, 회사 설립기간은 평균 2-3년 내외로 짧다. 당연히 이들의 주요 고민은 오리지널 콘텐츠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자금 확보다.

 

그렇다보니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의 토론은 콘텐츠 제작비 확보와 수익창출에 대한 고민에 더 집중됐다. 거대 자본력을 확보한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과 시청자 팬덤으로 무장한 개인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스타트업 CP들은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서 철저하리만치 계획적이고 확고한 신념과 기준을 갖고 있었다.

 

“와이낫미디어는 콘텐츠 기획단계부터 모바일 전용과 TV유통까지 고려한 All 플랫폼용으로 나눠서 예산 계획을 잡습니다. 모바일용은 클로우즈업이 많고 원테이크(one-take)로 촬영합니다만, TV용은 풀샷, 전경샷 등 장면이 훨씬 세분화되기 때문에 편집이나 촬영공수가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TV용 콘텐츠의 경우 예상되는 제작비의 40%를 후원 또는 투자 받아서 진행합니다. 만약 외부 제작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모바일용으로 전면 수정해서(제작비를 최소화해서) 작업합니다.”

 

 

– 김현기, 와이낫미디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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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낫미디어 김현기 이사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이처럼 사전에 제작비를 확보하는 전략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는 창작자들이 먼저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 같은 오픈 플랫폼에 올리고, 이후에 광고수익을 정산받는 구조다. 수익을 담보하지 못한 채로 콘텐츠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크리에이터들의 창작활동이 위축되기 쉽다. 미디어자몽 김건우 대표는 최근 시작한 ‘콘텐츠 펀딩’ 플랫폼 서비스로 크리에이터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펀딩’은 개인 창작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일종의 우회전략입니다. 그런데 펀딩에서 중요한 건 구독자수가 아니라 ‘팬’이예요. 실제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은, 해당 창작자의 조회수, 구독자수 같은 정량적 수치보다는, ‘팬덤이 얼마나 가능할까’라는 선호의 문제, 정성적 가치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팬덤이 확보되면 예산활용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기 때문에, 펀딩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유리하고요. 실제로 베타버전 실험 결과, 3개 프로젝트 중 2개가 목표 펀딩을 초과달성했습니다. 모두 구독자수는 낮았지만, 팬덤이 강력했던 경우였어요. 팬덤 측정은 댓글, 공유 등 적극적으로 창작자와 교류하는 팬들이 얼마나 되는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

 

개인이나 기업 할 것 없이 사전에 제작비를 확보하려는 것은 결국 대기업 사업자의 오리지널 콘텐츠 공습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규모의 경제로 인한 연쇄 먹이사슬 구조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위기의식과, 자신의 콘텐츠 파워를 극대화하여 차세대 콘텐츠 제왕이 되겠다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 ‘창작자금 확보’는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다.

 

반면, 비디오빌리지의 경우는 이들과 조금 달랐다. “굳이 모바일을 뛰어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한 조윤하 대표는, 와이낫미디어나 미디어자몽의 선자금 확보방식보다는, 유튜브 채널의 영향력을 극대화시켜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비교적 전통적인 방식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때 핵심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한 ‘채널의 실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는 채널의 영향력을 높이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었다.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얻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의 채널은 자체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실험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자체 채널을 만들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실험했고, 그 결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우리만의 공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계산에 따르면, 연간 1.5억~2억의 비용을 투자해서 주 3회, 편당 10분가량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경우, 1년 후에는 약 3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4억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고요. 그런데 굳이 모바일을 넘어서 레거시 미디어 시장에 왜 가야 하나요? 모바일에서도 수익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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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빌리지 조윤하 대표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현장이 일순간 울렁거렸다. 디지털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의가 퍼져있는 상황에서, 2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조윤하 대표의 말은 젊은 스타트업 대표의 단순 패기만으로 치부하기엔 매우 구체적이었다.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디지털 환경에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처럼 반가운 게 또 있을까.

 

하지만 채널 영향력이 확보될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그 버티는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와이낫미디어와 미디어자몽은 초기에 투자금을 모았던 것이고, 맷집을 키우고자 한 비디오빌리지는 2016년 한 해 동안 페이스북 콘텐츠를 유튜브 콘텐츠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면서 지난한 버티기 과정을 감내했었다.

 

“그러나 디지털에서 ‘대박’을 꿈꾸지는 마세요. 현재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경쟁이 심화될수록 High Risk-Low Return 구조가 되기 쉽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Low Risk – Medium Return이 더 효과적입니다. 어쩌다 한번 대박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박’을 내는 콘텐츠를 매일 생산하는 것이 디지털 시장에서 살아남는 원리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각 회사만의 ‘공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공식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분석하면 됩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비를 높게 잡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저비용의 여러 아이디어들을 조합한 시도를 해보세요. 거기에 농업사회 시절의 ‘근면성’은 기본입니다.”

 

 

–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

 

김현기 이사도 방식은 달랐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실험’의 사례를 언급했다.

 

“와이낫 미디어의 대표 콘텐츠인 <전지적 짝사랑 시점 (전.짝.시)>은 모바일 전용 콘텐츠인데, JTBC2 채널에서 방송됐습니다. 시청률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전.짝.시>를 TV에 유통한 것은 <전.짝.시> 모바일 시청자 중 TV로 전환하는 비율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사와 협상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2017년 8월에는 네이버 N스토어를 통해 <전.짝.시>의 특별편을 ‘유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콘텐츠 시청자 중 구매력을 갖춘 ‘진성 팬들’(팬덤)의 비율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진행해보니 N스토어에서 당일 2위, 주간 9위까지 오른 적도 있습니다. TV콘텐츠 판매가 높은 N스토어에서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을 보고, 회사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시장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그에 따라 저희는 2018년 상반기에 <전.짝.시>의 에세이와 연극 콘텐츠도 선보이려고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김현기, 와이낫미디어 이사

 

제작비 확보 또는 회수(recoup)의 문제와 수익창출은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를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숙제였다. 그러나 포럼에 참여한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 패널들의 발언은 놀라웠다. ‘숫자’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조금씩 기준이 잡히고 있다는 뜻일 거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초창기인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자금이 돌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과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에 따른 예상수익 또는 이후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이날 포럼의 참석자들은 80% 이상이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거나 콘텐츠 비즈니스를 희망하는 사람들, 관련 분야를 연구하거나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콘텐츠 산업이 미래 산업인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국내외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였다. 그런 점에서 콘진원과 엠씨엔협회의 ‘뉴미디어 세미나’는 특별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생각 대신, 실증적인 숫자가 언급됐고, 실제적인 사례가 제시됐으며, 구체적인 방법론과 조언, 팁과 비법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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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A-KOCCA <뉴미디어 세미나> 현장
(source: 사단법인 엠씨엔협회)

 

 

넷플릭스가 국내를 겨냥한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고, 페이스북이 1조를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고 한다. 거대자본이 돌아다니는 글로벌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의 콘텐츠 사업자들은 힘이 빠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서, 플랫폼, 채널 운영, 콘텐츠 제작, 유통, 수익화 등을 말하는 패널 6인의 목소리는 당당했고 힘이 있었다. 근거 없는 허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근거로 한 발언이었기에 신뢰감도 있었다.

 

레거시 사업자들은 TV채널이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택했고, 콘텐츠는 TV 편성을 통해 인지도가 확장되며 브랜딩이 구축됐다. 디지털 사업자들은 조회수, 시청시간, 댓글 등 모바일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여 공식을 발견하는데 몰두했다. 같은 디지털 사업자라도, 같은 방송 사업자라도,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선택 과정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사업자는 없었다.

 

지상파, PP, MCN, 프로덕션, 플랫폼 등 포지셔닝은 달랐지만, 패널들의 발언은 결국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은 분명 한 단계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2017년 포럼은 의례적인 자화자찬이 오고 가지 않았다. 대신, 어쩌면 민감할 수도 있는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당연히 참석자들의 몰입이 대단했다. 모두 현 시점에서 사업에 적용할만한 구체적 방법론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콘텐츠 사업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통전략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2016년도에 열렸던 1회 뉴미디어 세미나 당시, 콘텐츠 사업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널리 퍼뜨리는’ 전략을 추구한 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사 채널에 콘텐츠를 ‘독점으로’ 확보하고자 했다. 2016년 포럼 이후 무려 1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이 반가웠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은 2018년에는 해외진출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다가올 2018년은 보다 많은 킬러 콘텐츠의 등장과 팬덤의 확보, 수익모델의 안정화 등 유의미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오는 해가 되지 않을까. 2018년 포럼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링크 : http://nter.naver.com/naverletter/textyle/260656?category=121931

네이버레터 (2017.09.22)

 

본 고는 저자의 허락을 받아 MCNA 공식 칼럼으로 인정하여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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